외곬 생각의 소년이 발견한 일
나는 어릴 적 외곬으로 생각하는 버릇이 있었다. 비행기가 왜 떨어지지 않고 날아갈 수가 있나 하고 누가 부르는 소리도 잊고 멍청히 지낼 때가 있다. 또 하늘의 달이 땅에 떨어지지 않고 허공에 동그마니 매달려 있다는 이유의 골몰이다. 나는 감나무 가지에 매달려 잠시도 견디지 못하는 데 말이다. 내가 물 위에 떠 있으라면 물 재주로 온종일 견디고 있을 수는 있지만
말이다. 강물에 멱감고 그 생각하다가 혼자 집에 왔는데 이웃집 형님이 잊어버리고 온 내 겉저고리를 가져다주었다. 엄마에게 옷도 챙겨입지 못하고 다닌다고 이제 강에 목욕 가지 말라는 꾸지람을 들었다.
또 먼저 학교에 다니는 형이 달보다 별이 크다고 하여 거짓말이라고 곰곰이 생각한다. 형은 거짓말을 절대로 하지 않았지만, 별 이야기는 아무래도 거짓말이라 생각했다. 저 모래알 같은 별들이 달보다 크다니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세상에는 한강이 제일 크다고 듣는 귀로 익혀왔다. 무엇이든 크면 한강 같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종사촌 형이 한강보다 바다가 더 크다고 했다. 나는 고종사촌 형의 말도 거짓말로 들렸다. 나는 바다도 한강도 보지를 못 했지만 아마도 한강이 더 크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세상에 제일 크면 한강 같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익혀왔던 일이다. 우물 안 개구리 시절이었다.
다섯 살에 서당에 나가 천자문을 익히기 위해 입문했다. 천자문 글자 배우기란 맛 나는 떡 먹기로 쉬웠다. 처음 집안 아저씨께 배우다가 재주가 비상하다고 서당에 입교했다. 그래서 천재라고 소문이 나서 나이가 많은 학동들이 시험 놀림감으로 놀림도 당했다. 천자문 글자 배우기는 쉽게 끝나고 음 붙이기에 들었다. 음 붙이기 공부가 왜 그렇게 어려운지 곤욕을 치렀다. 글자는 모두 익혔으나 음으로 읽기가 안 되는 일을 스승님이 이상하다고 했다. 음으로 읽으려니 뜻이 먼저 자꾸 읽히는 유도로 고집해서 원인이다. 그래서 음 붙이기는 그만두고 동몽선습을 바로 배웠다. 동몽선습을 배우니 역사 이야기가 있어 매우 재미가 있었다. 동몽선습 배우기는 쉽게 잘 되는데 천자문 음 붙이기가 안 되는 원인은 다음과 같은 일 때문이다. 뜻글 익히기에 외고집이라 하늘, 땅, 검을, 누를의 뜻이 중요했지 뜻도 없는 음이 왜 중요한가 하는 외곬 생각 때문이었다. 이 고집은 글자의 뜻을 버리고 하필이면 음으로 읽어야 한다니 나의 생각에 허락이 되지 않은 일이었다. 그 후 명심보감과 통감을 읽어도 아무 어려움이 없었었기 때문이다. 외곬의 고정관념이 기억에 굳게 박혀서 그랬던 경험이다.
봄날 하늘 높이 장대 세우며 종일 노래하는 종달새 생각이 난다. 종달새가 새끼를 키우는 모양을 보면 참 귀엽고 재미가 있다. 보고 싶을 때면 언제라도 마음대로 볼 수 있어서 재밌는 일이다. 내가 다가가면 제 어미인 줄 알고 노란 입을 벌리고 먹이 달라고 조른다. 다섯 마리 노란 주둥이로 벌린 입을 보면 아주 귀엽기만 하다. 종달새 어미는 나에게 새끼가 있는 둥지를 알려주지 않기 위해 먹이를 물고 나를 속이지만 나는 쉽게 아는 방법이 있다. 먹이를 주둥이로 물고 있는 종달새가 있으면 주위에 새끼가 자라는 둥지가 있음을 알기 마련이다. 나무 뒤에 잠시만 숨어서 기다리면 종달새가 나의 인내를 이기지 못한다. 종달새가 내려앉는 지점을 눈여겨보고 다가가면 영락없는 종달새 둥지가 기다린다. 먹이 달라 노란 입을 벌리고 보채는 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귀엽기 그지없다. 그런데 며칠만 더 자라 몸에 털이 나면 내가 다가가도 노란 입을 벌리지 않고 죽은 듯이 조용하다. 나를 천적으로 알아차린 모양이다. 종달새 새끼가 이제 소견이 들어 귀엽기는커녕 귀여움은 어디가고 재미가 없다. 종달새 새끼가 나를 싫어한다는 낌새를 느끼고 그날부터 단호한 절교로 돌아서기 마련이다.
그런 귀여운 종달새가 멸종되는 시대에 나는 증인으로 살아온 셈이다. 밀과 보리의 종자 소독약이 개발하면서 종달새가 사라졌다. 밭에 뿌린 밀이나 보리 씨앗을 먹이로 하던 일 때문이다. 당시 지천으로 분포해 있던 종달새가 갑자기 사라져 환경오염의 원인이 애처롭기만 하다. 사람에게 원자탄 방사능만큼이나 무서운 빌미라 여겨졌다. 생태를 위협하는 인간의 욕망이 가증스러운 일이다. 자기만 편리하게 살면 된다는 세탁기의 남용이 자꾸만 미워지려 한다. 물고기들 고통을 생각하면 이 방법도 바꾸어야 한다. 환경오염의 원인이 주위에 널려 있고 방관하는 제도가 아쉽다. 이런 고집을 부리게 되니 나를 곱게 보지 않을 눈들이 생각난다. 법을 지켜야 한다는 나의 외곬 고집이 그냥 두고만 볼 수 없는 일이다. 중국에서 발원한 먼지가 한국을 무자비하게 휩쓸고 있어도 항의하지 못하는 아쉬움이다. 옛날은 그냥 고비사막의 먼지려니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중국 우한시의 무슨 원인으로 발생한 바이러스인지도 의혹의 눈으로 보게 한다. 급하게 전염하는 바이러스의 원인 규명이 먼저다. 혹여 군사적 용도로 한 실험과 연구대상은 아니었으면 한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에 법을 지키는 방법과 어기는 방법이 헷갈린다. 과거 어느 정부 장관을 지낸 사람의 말에 권력의 힘으로 그냥 눌러 버리라는 주장이 있다. 법은 뒷전이라는 말과 다름이 없는 소리다. 공개적인 방송에서 할 말은 아니다. 종달새를 멸종시키는 농약이나 폭력적인 말이나 용서될 수 없는 환경의 오염과 다르지 않다. 법이나 도덕이나 지키지 않아서 사회를 어지럽혔다면 응당한 처분을 받아야 마땅하다. 우한시에서 발병한 바이러스에 대한 방역 대비가 절실하다. 전염병 보균자의 이동 자체를 막아야 하고 여행에 대한 규제와 방역법을 지키는 일이 우선이다. 권력기관도 힘만 믿고 법을 어기는 습관은 외곬의 습관처럼 자기 잘못을 잊어버리는지도 모르는가 보다. 장관이 되는 사람은 잘못이 있어도 놓아줘야 한다는 말이다. 천자문 음 붙이기 안 되는 외곬 생각처럼 둔해지고 굳어져서 그런지 모를 일이다. (글 : 박용 202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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